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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cipe

프리다 칼로가 사랑한 치킨 에스카베체 - 삶은 계속 된다

몸과 마음이 무너지는 고통을 프리다 칼로보다 잘 아는 사람이 있을까? 온몸이 부서지는 사고로 평생에 걸쳐 오른 수술대. 사랑하는 사람의 외도.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그녀의 삶은 빛났고 아름다웠다. 오늘은 내가 사랑한 멕시코 화사 프리다 칼로가 사랑한 치킨 에스카베체를 만들어 본다.

 


나의 짧은 프리다 칼로 이야기

 

낙엽이 떨어지는 11월이 되면 선선함과 차가움 사이의 공기를 즐기는 것도 잠시. 금세 따뜻한 나라로  떠나고 싶어진다.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갔던 시절 겨울방학, 친구들은 시카고며 뉴욕이며 여러 미국의 여행지로 떠났고 나는 멕시코로 떠났다.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살벌한 미국의 겨울을 벗어나고 싶었다. 공항에서 지하철을 타고 멕시코 시티 시내로 갔다. 창문이 달린 지하철 안으로 들어오는 더운 바람과 뜨거운 햇살, 선글라스 너머로 보이는 사람들의 낯선 눈빛. 아 멕시코에 왔구나!

 

많은 도시 중 멕시코 시티를 여행한 가장 큰 이유는 멕시코의 화가, 프리다 칼로 때문이었다. 그녀가 태어났고 생을 마감했으며 그녀가 사랑한 디에고와 살았던 프리다 칼로의 집이자 뮤지엄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짙은 갈매기 눈썹과 단단한 눈빛의 프리다 칼로처럼 파아란 코발트 블루 하우스는 멀리서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스퀘어 형태의 마당이 집의 중심에 있었고, 꽃과 나무, 식물들이 그곳에 아름답게 자리하고 있었다. 그림을 그렸던 공간, 침실, 거실과 부엌을 차례대로 둘러보았다.

 

곳곳에 그녀의 작품들과 그녀가 했던 말들의 걸려 있었다. 스틸 라이프라는 제목의 과일 그림을 한참 보았는데 당시 나는 영어를 아주 못했을 뿐만 아니라 미술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에 스틸 라이프가 정물화를 뜻하는지 모르고 말 그대로 여전히 삶이라고 해석했다. 그리고 그녀가  많은 시련을 겪고도 다시 일어나고 그림을 그리고 멋지게 살아간 것처럼 무너져도 부서져도 삶은 계속된다라며 많은 위로를 받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창피한 실수였지만 그로 인해 프리다 칼로에 더 많이 공감했고 그녀를 존경하게 되었다.

 

"I never paint dreams or nightmares. I paint my own reality."

 

프리다 칼로 하면 초현실주의적인 초상화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지금은 초현실주의와는 다르며 단지 자신의 삶을 그렸다고 한다. 프리다의 삶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두 가지. 교통사고와 디에고 리베라다. 

 

소아마비가 있었지만 의과 과정을 공부할 정도로 총명했던 프리다는 꽃다운 나이 16살에 척추와 자궁을 비롯한 신체의 여러 곳이 골절되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로 인해 죽을 때까지 서른다섯 번 수술대에 오르게 되었으며 평생 아이를 갖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절망 속에서도 자신의 고통을 승화시킨 작품들을 그렸고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영감을 주고 있다.

 

"There have been two great accidents in my life. One was the trolley and the other was Diego. Diego was by far the worst."

 

멕시코의 유명 화가이자 혁명가였던 디에고는 프리다의 고등학교에서 벽화를 그리는 프로젝트를 하였고 이때 둘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프리다는 자신의 친구에게 언젠가 디에고의 아이를 가질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둘은 곧 결혼하였고 디에고는 그녀에게 큰 영향을 주었지만 화려한 여성 편력으로 프리다는 고통스러워했다.

 

 어떤 면에서 사랑은 슬픔과 같다. 사랑이 관심의 한 형태라면 슬픔 또한 그 형태 중 하나가 아닐까? 디에고는 프리다의 고통이자 행복이기도 하였다. 프리다는 디에고의 삶의 중심에 있는 여성이 되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다. 디에고의 둘째 부인에게 그가 좋아했던 요리들을 배웠으며 그를 위해 점심 식탁에는 정물화를 장식해 놓기도 하였다.

 

Viva la Vida 인생이여 만세

 

그녀는 멕시코 식민지 이전 시대의 컬러풀한 도자기, 리넨, 작은 꽃들로 식탁을 꾸몄고, 호박꽃 수프, 오이 샐러드, 돼지고기 스튜 등 멕시코 음식을 즐겼다. 활기찬 그녀의 식탁에는 음식과 음악, 술이 있었고 친구들과 격렬한 토론을 벌이기도 하였으며 앵무새가 식탁의 과일을 쪼고 작은 원숭이들이 디에고와 프리다의 어깨를 넘어 다니기도 하였다.

 

합병증으로 고통스러운 마지막 순간에도 삶의 감각과 생동감을 그린 그녀는 어떠한 고통 속에서도 스스로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삶을 즐겼으며,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끊임없이 묻고 답하는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For Frida, 프리다를 위하여


Chicken Escabeche recipe

 

에스카베체는 스페인, 포르투갈, 라틴 아메리카의 요리로 생선이나 고기를 식초 소스에 양념하고 조리한 음식이다. 피망과 향신료를 더해 풍미와 색감을 살려 내고 닭, 토끼,  돼지, 생선 등으로 다양하게 만들어진다. 식초의 새콤함과 향신료와 고추의 알싸함, 건포도의 달콤함이 살면서 처음 맛본 맛이었다. (하지만 너무 맛있었다!)  대부분의 재료를 손쉽게 구할 수 있고, 향신료를 온라인을 통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으니 닭볶음탕, 후라이드 치킨이 질렸다면 (집에 오븐이 있다면!) 치킨 에스카베체를 적극 추천한다.

 

 

재료:

닭북채 8개

양파 중간 크기 1개

당근 중간 크기 1개

마늘 6쪽

레드와인 식초 8 테이블스푼

물 8 테이블스푼

올리브 오일  7 테이블스푼

고운 소금, 후추

큐민 시드 1 테이블 스푼

코리엔더 시드(고수 씨) 1 테이블스푼

월계수 잎 1 장

청양고추 혹은 멕시코 세라노 고추 1 개

건포도 8 테이블스푼

(기호에 따라) 민트 잎 조금

 

만드는 법:

 

양파와 당근은 잘게 썰어두고 마늘은 다져둔다.

깨끗이 씻은 닭 북채는 물기를 닦고 소금과 후추를 뿌려 놓는다. (껍질 안쪽에도 잘 베도록)

오븐은 200도에서 예열해 놓는다.

 

달궈진 펜이 큐민 시드와 코리엔더 시드가 1분 정도 향이 올라올 때까지 볶아준다.

향이 올라왔으면 올리브 오일 5 테이블 스푼을 두르고 양파, 당근, 마늘 넣고 양파가 반투명해질 때까지 5분 정도 볶는다.

적당히 볶아졌으면 불을 줄이고 식초와 물, 월계수 잎을 넣고 1분간 끓인다. 

불을 끄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뒤 볼에 옮겨 놓는다.

 

펜을 중간 불에서 달구고 올리브 오일 2 테이블스푼을 두른다.

껍질이 바닥을 향하도록 닭을 겹치지 않게 놓고 껍질이 갈색이 될 때까지 8-10분 정도 구운다.

반대면도 1분 정도 구워준다. (완전히 익히는게 아니니 1분이라고 걱정 마시길!)

오븐 사용 가능한 펜에 닭 껍질을 위로 향하게 서로 겹치지 않게 놓는다.

소스가 잘 잠기도록 붓고 고추와 건포도를 뿌린다.

 

뚜껑을 덮지 않는 채로 닭이 익을 때까지 10-15분 정도 오븐에서 굽는다. 

요리가 끝나면 10~15분 정도 식힌 후 민트를 뿌려 낸다.